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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 뼈가 부러져 수술하고 걷지 못하고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다. 안 다쳤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휠체어라도 탈 수 있으니 병원에 누워만 있고 꼼짝못할 때를 떠올리면 이만도 감사하다.

휠체어를 운전하는 게 장난 아니게 어려워 어머니랑 아파트 뒤뜰에 나가 날마다 두 바퀴씩 연습하고 있다. 나는 사실 예전에 교통 사고로 반신마비가 되어 왼쪽 팔다리를 잘 못 쓴다. 그렇기에 왼팔도 자연스럽지 못하고 많이 어색하다.

  내 혼자 바퀴를 이끄니 잘 나가지도 않고 땀만 팥죽같이 흐른다. 어머니가 이번엔 완전히 피도 눈물도 없다. 독립심을 키워야 한다나.

“지민아! 니 내 없으면 어쩔래?”

하며 손끝도 안 댄다. 그러면 나는 내대로 약이 올라 어머니께 대든다.

“어무이! 계모(繼母)제? 친모(親母) 같으면 이렇게 악랄할 수는 없을 거다.”

고 아주 못되게 맞받아친다. 참 ‘양념딸’이라는 이름값 못하는 못난 딸이다.

집안에 들어와 목욕할 때는 더 이상 계모가 아니다. 걸을 수가 없으니 나를 좌변기에 앉혀 놓고 샤워기로 머리를 감기고 때까지 밀어주신다. 이번엔 어머니가 팥죽 같은 땀을 흘리면서도 힘든 내색 한번 없다. 이때 이 못난 딸은 느끼고 뉘우친다. ‘딸’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어머니’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구나……. 때를 밀어주시니 온 몸이 시원하여 좋아죽으면서도 일말의 양심 덕에 ‘어머니, 이제 그만 밀어요. 어머니 힘들잖아요.’ 하고 한 마디 던진다. 말만.

이제껏 살아오면서 내 눈에 비친 어머니의 모습은 변화를 거듭해 왔다.

여중생 시절, 걸어가다 억울하게 차에 치여 죽었었다. 기적적으로 환생(還生)하여 물리치료실에서 치료를 받고 운동을 해야 했다. 어머니는 그때 치료사들보다 운동을 더 열심히 악랄하게 꼼꼼히 시키셨다. 이미 ‘팥쥐 엄마’라고 소문이 자자했다.

퇴원하여 내가 학교에 너무 너무 가고 싶어해 똥오줌도 못 가리고 복학했다. 버스를 탈 수 없으니 어머니가 승용차로 나의 발이 되어주셨다. 나는 학교에 한 번 등교할 때, 어머니는 매일 세 번 같은 길을 등교하셨다.(아침에 나와 같이, 점심 시간에 도시락 싸들고, 수업 마칠 때)

어머니는 아버지, 오빠들, 올케들, 우리 집안에도 큰 버팀목이다. 어디 나들이를 가고 싶을 때 이동 수단(승용차)의 키는 어머니가 갖고 있으니, 좋은 여행지를 보면 우선은 어머니께 잘 보여야 한다. 이럴 때 입에 발린 고리가 아닌, 진심어린 나의 아부가 ‘쨍쨍’ 빛을 발한다. 이런 어머니는 소리없이 가족들을 즐겁게 하고 사랑으로 지켜주는 ‘성모 마리아’다.

그러나 이때까지 어머니는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너무 우리 가족들만을 위해서 헌신하셨다.

 이제는 지아비, 딸, 아들, 며느리, 손자를 위한 삶이 아니라, 어머니 자신을 위한 삶을 이어가셨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못난 딸이 사고 안 치고, 건강하게, 행복하게, ‘행복 비타민’으로 옆에 잘 있어 주는 게 필요 조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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