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모승천 대축일이라서 어머니에 관한 책을 소개해 드리고 싶었어요. 바로 이 책입니다.

정채봉 동화작가와 류시화 시인이 엮은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 수필입니다.

이 책을 만든 정채봉 동화작가와 류시화 시인을 포함하여 50명이 자신들의 어머니에 대하여 글을 쓴 것이예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어머니에 대한 사모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을 비롯하여 법정 스님, 장익 주교님, 이해인 수녀님, 정호승 시인, 최인호 작가, 배금자 변호사,  

탈랜트 김수미 씨 등 우리가 아는 분들도 있고 주부나 분식점 주인 등 무명인들도 포함되어 있어요. 

직업도 아주 다양합니다.

정채봉

먼저 정채봉 작가의 어머니, 열일곱에 시집와서 스무살에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그동안 작가의 여러 저서에서 많이 표현하였었지요.  

이 책에서는 그 어머니를 잊지 않고 그리워했던 아버지를 어머니가 계신 선산에 모셔온 이야기가 나옵니다.  

2001년 만 54세로 돌아가신 정채봉 작가도 부모님이 계신 선산에 함께 모셔졌지요.  

김수환 추기경

김수환 추기경의 어머니 이야기는 14쪽에 걸쳐 소상하게 말씀하고 계세요.

팔남매 중 막내셨던 추기경님과 바로 위의 김동환 신부님을 사제로 탄생시킨  

어머니의 헌신적인 희생과 신앙을 두고 추기경님은 이런 표현을 하세요.  

“자식들을 피어나게 하기 위해 당신은 밑거름이 되신 분,  

이 세상에서 가장 완전한 사랑에 가까운 것이 어머니의 사랑이다.” 

법정 스님

법정 스님은 절에 들어와 살면서 두 번 어머니를 뵈러 갔었고, 어머니께서는 딱 한 번,  

스님이 불일암에 있을 때 어느 날 불쑥 찾아오셨다고 해요.  

스님이 손수 밥을 지어 어머니께 대접해 드리니 대견스러워 하셨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그날로 산을 내려가시는데 비가 내린 뒤라 개울물이 불어서 어머니를 등에 업어 건너드리게 되요.  

그런데 등에 업힌 어머니가 마치 바싹 마른 솔잎단처럼 가벼워 마음이 몹시 아팠다고 합니다. 

이 글을 쓰실 때는 강원도 산속에서 혼자 사시는 노스님이었는데도  

어머니 앞에서는 반쯤 기대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표현하세요.  

피천득

피천득 수필가의 어머니는 30대에 돌아가셔요. 글 중간 부분에 이런 표현을 했지요.

“내게 좋은 점이 있다면 엄마한테서 받은 것이요,  

내가 많은 결점을 지닌 것은 엄마를 일찍 잃어버려 그의 사랑 속에서 자라나지 못한 때문이다. 

내가 새 한 마리 죽이지 않고 살아온 것은 엄마의 자애로운 마음이요,  

햇빛 속에 웃는 나의 미소는 엄마한테서 배운 웃음이다.” 

강승범

분식점을 운영하시는 강승범씨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비를 흠뻑 맞고 오신 거예요. 손에는 우산이 들려있는데 말이죠.  

알고보니 잔치집에 갔다가 종이에 싸준 떡을 젖지 말라고 우산으로 가리고 와서 아들에게 먹으라고 내미신 거죠. 당신은 비를 흠뻑 맞으시고요. 아들은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그 떡을 다 먹을 수밖에 없었데요.  

내가 잘 먹는 것을 어머니가 좋아하시니까. 

운보 김기창 화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김기창 화백은 언어장애셨지요?  

그분이 글로 언어소통을 하고 화가가 된 것은 순전히 어머니의 관심과 사랑 때문이었어요.  

어머니가 한글을 직접 가르치는데 이해하기 쉽게 그림을 그려가면서 글자 하나 하나를 가르치세요.  

그리고 말 못하는 아들이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수소문하며 스승을 찾아 보내줍니다. 

자식의 고통을 당신의 고통으로 삼아 끝없는 사랑을 쏟아주셨기에 그런 훌륭한 화가가 탄생하였다고 봅니다.  

안타깝게도 어머니가 서른여덟에 돌아가셔요.  

이 책을 종교적인 시선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면?

책 제목처럼 하느님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고 하였듯이  

어머니는 우리에게 신과 같은 존재입니다.  

생명을 잉태하여 낳고, 기르고, 가르치고 돌보는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이 하느님과 닮았기 때문이겠지요.

성모님께서 그 모범을 보여주셨구요. 인류의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의 죽음을 가시는 아들과 동참하신  

성모님의 고통을 우리는 깊이 새겨야 하겠지요.  

이러한 성모님께서 오늘 하늘에 오르는 영광을 입으셨어요.